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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십이지일

하회마을에서는 정초십이지 관념이 아직 남아있다. 서구화된 도시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것으로 정초십이지일이라 하여 정월 초하루부터 12일 사이에 십이지가 상징하는 동물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 금기와 주술을 행했다. 이러한 관념은 정월에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장을 담그는 등 실생활에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1)유래

십이지는 우리문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방위와 시간의 개념과 길흉을 예지하는 것, 능묘의 호석, 불화, 민화 등에서는 제액초복의 수호신으로 여겨진다.

갑ㆍ을ㆍ병ㆍ정ㆍ무ㆍ기ㆍ경ㆍ신ㆍ임ㆍ계의 십간과 자ㆍ축ㆍ인ㆍ묘ㆍ진ㆍ사ㆍ오ㆍ미ㆍ신ㆍ유ㆍ술ㆍ해의 십이지를 순차적으로 결합하여 60갑자를 만들 수 있다. 일진은 이 60갑자를 차례대로 날짜마다 나눠 붙이고 일진의 변화에 따라 길흉을 파악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중국에서는 은나라 이전부터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왕조실록』의 연대기를 보면 역일 대신 일진으로 날짜를 적었다. 또한 정초십이지일 풍속은 『삼국유사』, 『지봉유설』, 『동국세시기』 등에서 일찍부터 기록되어 있어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2)정초십이지일

정초에는 십이지일이라 하여 정월 초하루부터 12일 사이에 십이지가 상징하는 동물의 성격에 따라 갖가지 금기와 주술을 행했다.

정초십이지일의 금기로는 쥐날에는 바느질을 하면 그해 손을 앓게 된다고 해서 바느질을 하지 않았다. 쥐는 눈이 밝아 곡식을 잘 찾아 먹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쥐의 눈을 멀게 하고 쥐를 쫒기 위해 목화씨와 겨, 머리카락 등을 불태웠다. 특히 머리카락과 목화씨를 태우면 냄새가 심하기 때문에 쥐가 달아난다고 한다. 쥐는 곡식을 잘 파먹기 때문에 칼질, 낫질, 가위질 등 물건을 써는 일을 삼갔다.

소는 생구(生口)라고 해서 사람대접을 해줄 만큼 소중하게 여겼다. 소날에는 콩이나 수수쌀을 볶아 소에게 먹이면 소가 ‘뻐득뻐득’ 소리를 내면서 잘 먹는다. 그리고 남은 볶은 콩이나 수수쌀을 외양간에 뿌린다. 이는 소가 건강하게 잘 자라기 바라는 마음에서 행하는 것이다.

볶은 콩과 수수쌀은 식구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 또한 칼이나 낫 등 연장을 만지지 않는다. 이날 일찍 칼질을 하면 그 해 농사를 지을 때 연장이 망가지거나 사람이 다칠 수 있고 칼질이 소고기를 써는 것과 같아 삼간다. 연장을 다루지 않는 것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호랑이날에는 아침 일찍 여자가 외출하지 않는다. 또한 이 날에는 이웃집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는다.

토끼날에는 아침 일찍 여자가 남의 집에 가면 그 집에 재수가 없다고 한다. 토끼는 방정스러운 동물이기 때문에 이 날은 여자들이 조심해야 한다. 만약 여자가 남의 집에 남자보다 먼저 들어갈 경우 닭이 잘 크지 않으며 암탉이 알을 잘 낳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남의 집에 갈 일이 생기면 오후에 간다. 이날은 집안에 남자가 먼저 들어와야 재수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일찍 남자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런 후에야 여자가 집안에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날에는 일부러 남자가 아침 일찍 이웃집에 가는데 이러한 풍습은 2월 초하루에도 해당된다.

용날에는 소날과 마찬가지로 콩이나 수수쌀 등 잡곡을 볶아 먹고 칼이나 낫 등 연장을 만지지 않는다. 이날 칼질을 하면 “용 대가리가 끊긴다”하여 칼을 쓰는 일은 전날 미래 해둔다. 용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을 관장하는 신이기에 용을 위하는 마음에서 이를 행하지 않았다.

개인에 따라서 장담그는 날이 차이가 있으나 보통 말날과 닭날, 소날, 돼지날에는 장을 담그면 좋다고 한다. 쥐날, 호랑이날, 개날에는 장을 담그지 않는다. 말날에 장을 담그면 장이 깨끗하고 닭날에 장을 담그면 장이 달다고 한다. 장을 담글 때는 가족의 띠가 든 날은 피해야한다. 만약 아들 중에 말띠가 있으면, 말날에는 장을 담그지 않고 다른 날을 택해서 담가한다.

각 십이지 동물의 외모나 행동거지대한 속신도 많다. 토끼날ㆍ양날ㆍ원숭이날은 이 세 동물이 방정맞은 짐승이라 하여 몸가짐을 조심하고 말실수가 없도록 한다. 돼지날은 돼지가 살결이 검고 거칠어 살결을 희고 고와지게 하려고 쌀가루를 얼굴에 발라 허옇게 하기도 했다. 설날이 유모일이면 그 해는 농사가 잘된다고 한다. 무모일이면 반대로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인식한다.

정초에 십이지일의 일정 기간을 삼가고 조심하는 것은 새해를 위하여 근신하는 것이다. 일년간 농사일이 잘되고 복을 받고 재액을 없애는 바람이다. 새해를 신중하게 보내고 매사에 조심할 것을 당부하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