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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누

고누는 노소를 불문하고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두루 행해졌던 민속놀이이지만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춰 일부 어린이들 사이에서만 전승되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우물고누나 참고누 같은 간단한 형식의 고누만이 전해지고 있다. 고누는 지역에 따라 '꼰', '꼬니', '곤질'이라 하는데, 하회에서는 '꼰'이라 부른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골목에서 고누 노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1) 고누의 기원 및 유래

고누의 어원은 분명치 않으나 상대의 말을 일렬로 꼬누어서 먹는 놀이이기 때문에 '고누'라는 명칭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 말에 돌팔매질이나 새총으로 어떠한 물체를 맞추려고 할 때 흔히 '꼬눈다'는 말을 하는데, 고누의 명칭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중에는 고누를 두는 그림이 있다. 무더운 여름날에 나무꾼들이 나무를 한짐씩 해서 옆에 비켜두고 고누를 두는 장면은 이미 조선시대에 고누가 성행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어디서나 즐기는 놀이, 고누

고누는 놀이 방법이 간단하고 짧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놀이이다. 놀이감 역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작은 돌멩이를 사용하며 선을 그을 수 있는 땅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주로 나무꾼들이 나무하러 오고 가는 길에 짬짬이 즐기거나 무더운 여름 담벼락 그늘 아래 모여서 놀았다. 종종 대청에서 한지나 신문지를 구해다 고누판을 그려놓고 놀기도 했다.

고누는 땅바닥에 말판을 그려 놓고 두 명, 혹은 여러 사람이 마주앉아 말을 옮겨가면서 노는 놀이이다. 계속해서 말을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말이 움직일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되어 승부가 결정 난다. 즉 상대방의 말을 자기의 말 사이에 끼워 넣어 움직일 수 없게 만들면 이기는 것이다. 주로 10세 전후의 남자 어린이들이 많이 놀며 2명이서 놀 수 있다. 놀이 방법이 간단해서 10세 후반부터는 즐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누는 대장말과 작은말(졸)간의 싸움인 '왕잡기'를 비롯해 10여가지 이상이 있으나 하회에서는 '샘꼰(샘고누)'와 '참꼰(참고누)'만이 전한다. 놀이의 순서를 정할 때 첫 번째 판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지만 다음 판부터는 진 사람이 먼저 놓는다. 샘고누 같이 간단한 고누는 첫 번째 놓는 사람이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승부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 진 사람에게 유리한 기회를 넘겨주는 것이다.

(1) 샘고누



〈샘고누〉

고누의 여러 유형 중에서 가장 간단하고 초보적인 형태인 샘고누는 상대의 길을 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면 이긴다. 샘고누는 위의 그림과 같이 둥근 원 안에 十자를 넣은 모양으로 그린다. 샘고누는 말판에 샘을 설정하여 말이 통과 할 수 없는 곳을 만들어 놓고 노는 고누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때 샘이 있는 ③과 ④ 사이는 점선으로 그려서 말이 움직일 수 없는 곳임을 표시한다.

샘고누는 2명이 놀 수 있는 고누이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 뒤 먼저 놓는 사람이 ①, ②에 말을 놓고 진 사람이 ③, ④에 놓는다. 이때 놀이도구는 각자 2개씩의 말을 사용하는데, 주로 작은 돌멩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상대편과 구분할 수만 있으면 나무작대기나 동전 등 주변의 어떤 물건을 사용해도 관계없다.

샘고누는 빈 칸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단순해 보이지만 상대의 말을 떨어뜨려 놓거나 샘 근처로 유인하기 위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말판을 움직여야 한다. 즉 샘 주변인 ③과 ④ 는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이 두 곳 밖에 없어 막힐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자신의 말이 샘 근처인 ③이나 ④번에 놓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2) 참고누



〈참고누〉

참고누는 위의 그림과 같이 24개의 교차점을 만들고 이곳에 말을 놓아가면서 노는 놀이이다. 각자 12개씩의 말을 갖고 시작하는데, 샘고누를 놀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방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말로 사용할 수 있다. 주로 작은 돌멩이를 많이 이용했다.

가위바위보로 선공을 결정한 뒤 서로 번갈아가면서 판위에 말을 놓는다. 이때 어느 한 명이 일렬로 3개의 말을 놓을 경우 상대방의 말 하나를 떼어낼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말을 일렬로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말이 일렬이 되지 못하게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각자 가진 12개의 말을 모두 판위에 놓으면 이때부터 빈칸에 말을 옮겨가면서 자신의 말 3개를 일렬로 놓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때 역시 일렬로 3개를 놓을 경우 상대방의 말 하나를 떼어낼 수 있다. 상대방의 말 10개를 떼어내면 이기게 되는데, 이는 상대방의 말이 2개 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 3개를 나란히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휴식의 한때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들이 많이 전해오고 있다. 그중에서 고누는 짬짬이 놀 수 있는 간단한 놀이이면서도 흥미로운 것으로 널리 보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