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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당 종부와 며느리들의 윷놀이
충효당 종부와 며느리들의 윷놀이

윷놀이는 우리 민속 놀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놀이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하회마을 역시 설날과 대보름에는 어김없이 윷놀이판이 등장했으며 그밖에도 겨울철 농한기나 한가한 시기에 자주 벌어졌다. 요즘에도 안방이나 대청에 삼삼오오 모여 윷놀이를 즐긴다. 하회를 비롯한 안동지방에서는 말판을 머릿속에 외우고 노는 '건궁윷말'이 특징이다.

1) 윷놀이의 기원 및 유래

윷은 두 사람이 놀 수도 있고 패를 갈라 할 수도 있다. 도구가 간단하고 규칙도 복잡하지 않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놀이를 즐겼다. 때로는 마을이나 고을 단위로 상품을 걸고 척사대회를 열기도 했다.

윷놀이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정확한 고증에 의한 정설을 세우기는 어렵다. 다만 삼국시대에 이미 행해졌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윷놀이 용어인 도 · 개 · 걸 · 윷· 모 등은 옛날 부여의 관직명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2) 말판 없이 노는 '건궁윷'

하회에서는 말판이 없는 '건궁윷'을 노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중에 대고 말해가면서 '말'의 위치를 옮기기 때문에 '공중윷', '공중윷말'이라 하기도 한다.



그림과 같이 29局의 말판을 모두 외워야 윷놀이가 가능하다. 말판의 명칭은 10세를 전후로 외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따로 말판을 두고 외우거나 어른들에게 특별히 배우는 경우는 드물다. 이따금 서너살 위의 선배에게 배우기도 하지만 윷놀이판을 구경하면서 어깨너머로 자연스럽게 외우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하회의 윷놀이판이 그만큼 자주 벌어졌음을 달리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윷판이 없다 보니 모든 말은 머릿속에 기억된 것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가령, 첫 시작에서 모와 걸을 냈을 때는 "모를 냈으니 앞으로 가고, 걸을 더했으니 바혀로 간다"고 말하면 모두들 말이 바혀에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처럼 말판을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수시로 말싸툼이 일곤 한다. 더구나 '넉동내기'를 하는 일반적인 마을과 달리 하회에서는 '스무동내기'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말판에 10개 이상의 말이 도는 경우도 있어 말다툼의 빈도수는 잦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러한 말다툼이 있기 때문에 윷놀이에 더욱 흥을 돋울 수 있었던 것으로 여긴다. 상대편의 말을 인정하지 못할 경우 안방 가운데에 드러눕기도 하고 때로는 30분씩 윷가치만 손에 쥔 채로 말다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여름에는 젊은 청년들이 대청에 모여 수박내기 윷놀이를 즐기기도 했는데, 이때 역시 말다툼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상품으로 걸어 놓았던 수박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거나 마당에 팽개쳐져 산산조각나기 일쑤였다. 어쩌면 하회마을 윷놀이의 백미는 말다툼에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윷가치를 던지는 순서와 수대로 말판 위에서 정확히 진행되는 타지의 윷놀이와 달리 일정한 실수를 허용해 주면서 변수를 두는 것이 하회마을 건궁윷말의 진정한 재미라 할 수 있다.

윷판은 싸우는 재미지. 멱살 잡고 싸우는 건 아닌데, 있다 그러고 없다 그러고 그게 또, 우리는 시무동씩 놀거든. 요새는 보마 넉동내기, 석동내기 하지만 우리는 스무동씩 놀거든. 그럼 어떤 때 보면 말필이 열 몇 개가 왔다갔다 거린다고. 있었다, 없었다 그러고 그거가지고 싸우는 게 30분씩 걸린다고. 가운데 드러눕기도 하고 윷가치 들고 있는 게 한 20~30분씩 된다고. 여름에는 한 30명씩 모이만 또 양진당 대청에 모여가주 윷놀이하다가 말싸움 붙기 시작하면 수박이 머리 우로 날아댕기고 마당에 가서 폭삭 깨지기도 하고 난리도 아니지 뭐.


류한승 (남, 63, 하회마을 보존회장)의 제보, 2009년 4월 10일.


3) 사철 · 남녀노소 구분 없는 '싸리윷'

하회의 윷놀이는 싸리윷이 일반적이다. 요즘에는 정월 대보름날 주민들이 모두 모여 편을 가르고 장작윷을 놀지만 이는 1980년대 이후에 생겨난 것이다. 이전에는 안방이나 대청에서 싸리윷을 노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싸리윷은 싸리나무를 '윷가치(윷짝)'로 이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싸리나무는 겉은 검고 속은 희기 때문에 윷이나 모가 나왔을 때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또 결이 일정하고 단단해서 쉽게 망가지지 않고 손때를 묻힐수록 부드러운 모양새로 다듬어지며 색깔도 짙은 갈색으로 고급스러워진다.

윷가치는 1~2cm 정도 굵기의 싸리나무를 이용해 만든다. 이때 반드시 겨울에 벤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봄에서 가을 사이의 싸리나무는 속에 물이 차올라 있기 때문에 윷가치가 뒤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어 온 싸리나무는 먼저 가마솥에 넣고 만두를 찌듯이 수증기를 이용해 찐다. 1/3정도 솥에 물을 채우고 채반을 얹은 다음 그 위에 싸리나무를 올려서 1시간 정도 찌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한 달 정도 말려 놓으면 뒤틀림을 방지할 수 있어 오래도록 쓸 수 있다. 주로 대청의 구석진 곳에 말린다. 나무가 다 마르면 15cm정도 길이로 자른 뒤 반으로 가른다. 싸리나무는 결이 올곧기 때문에 칼로 나무의 가운데를 정확히 찍어내면 쉽게 가를 수 있다. 윷가치의 양쪽 끝 0.5cm 정도는 반원형으로 둥글게 다듬으며 나무가시가 일지 않도록 사포로 문질러 부드럽게 만든다.

한편 정월 보름 찰밥을 할 때 윷가치를 함께 찌면 "모가 잘 나온다"는 속설이 있었다.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윷가치는 물론이고 새로 만들 윷가치까지 보름에 맞춰서 찌기도 했다. 기존에 사용한 것을 다시 쪘을 경우 역시 음달에 1달 정도 말려두면 더욱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윷놀이는 주로 정초에 많이 하지만 장소의 제한이 적은 싸리윷의 특성상 사철 구분 없이 심심풀이로 즐긴다. 부녀자들은 주로 안방에서 많이 놀고 남자 어른들은 대청이나 사랑방에서 논다. 아이들은 이따금 대청에서 놀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빈 방에 모여서 논다.

윷놀이는 같은 연배끼리 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차이를 둔 다 해도 3살을 넘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회마을 주민들의 대부분이 같은 가문에 속해 있다 보니 큰소리가 오고가는 건궁윷말의 특성상 어른들과 함께 노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다.

윷을 놀 때는 먼저 편을 나눈다. 두 명이 각각 두 개씩의 윷을 던지면 '떼(도)', 윷, 모가 나오는데 많이 나오는 사람이 이긴 편, 적게 나오는 사람이 진 편으로 갈린다. 동점이 나왔을 경우 승부가 결정될 때까지 계속 던진다. 이를 '까치도툼'이라 한다.

놀이의 진행방식은 '가사윷'과 '속윷'으로 나뉜다. 가사윷은 상대편과 한 명씩 지그재그로 번갈아가며 윷을 던지는 것이고 속윷은 한 팀의 구성원이 모두 윷을 던진 뒤 상대편이 던지는 것이다. 놀이에 참가하는 인원이 6명 내외일 경우에는 속윷을 노는 경우가 많지만 참가인원이 그보다 많을 경우에는 가사윷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너무 많은 인원이 참가할 경우 상대편이 윷을 던지지 않는 시간이 길어져 흥미가 반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팀씩 번갈아가며 던지는 것이다.

윷판에서 가장 좋은 수는 첫 판에 모를 던져 '앞'으로 간 다음 걸을 놓아 '바혀'에 들어가는 것이다. 바혀는 '바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다음에 던질 윺이 걸 이상만 나오면 '참'으로 들어가 두 번 만에 득점이 가능한 것이다. 설사 개가 나오더라도 '안지'로 들어갈 수 있어 상대편 말에게 잡히지 않는 이상 도 이상만 나와도 득점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 번 안에 득점이 가능하다. 이때 '안지'는 安자를 쓰는 곳으로 득점하기에 편한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말이 참으로 들어가 득점에 성공했을때는 "참 믹였다"고 한다.

윷놀이는 윷가치가 몇 바퀴 구르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우연성이 짙은 놀이이지만 놀이 참가자의 기량도 전연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하회마을의 싸리윷은 "밑으로 까는 윷"이기 때문에 우연성보다는 참가자의 기량이 중요시된다. 즉 공중으로 일정 높이 이상 던져야 하는 일반적인 윷놀이와 달리 손등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게 던지 방식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모가 나올 수 있도록 의도할 수 있는 것이다. 기량이 좋은 사람은 "손은 뜨는데 윷가치는 바닥에 그대로 떨어져서" 연달아 모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기량이 미숙한 사람은 첫 번째 구르는 윷가치만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아 도가 나오기 일쑤이다.

잘 던지는 사람은 보면 손은 뜬는데 윷가치는 바닥에 그대로 떨어져서 모가 일곱 번이고 여덟 번이고 계속 나오잖아. 못하는 사람은 흉내만 내다가 하나만 뒤집어지면 개만 나오는 거고. 그것도 기술이지.


류시재(남, 65)의 제보, 2009년 4월 10일.


4) 모두가 함께 노는 정월 보름 대동 윷놀이

한편, 1980년대 이후부터는 하회마을 보존회의 지원으로 정월 보름에 주민들이 모두 모여 노는 대동 윷놀이판을 벌인다. 이날 아침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고 정기총회를 마친 뒤 점심때부터는 마을회관 마당에 모여 남자와 여자가 각각 윷놀이판을 형성해 노는 것이다. 이때는 하회마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싸리윷 대신 마당에서 여러 사람이 구경하기 편하도록 '장작윷'을 사용한다. 장작윷은 보통 싸리나무나 박달나무를 깍아서 만드는데, 크기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부녀자들은 두 손으로 꼭 쥐고 힘껏 던져야 낙방을 면할 수 있다. 장작윷의 길이는 50cm, 굵기는 10cm 정도에 이른다.

대동 윷놀이는 싸리윷처럼 '밑으로 까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높이 이상 던져야 한다. 이를 위해 윷 던지는 선을 그어 놓고 3m 정도 앞에 높이 50cm 정도의 막대기를 꽂아 줄을 연결한 뒤 이것을 넘어야 윷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윷이 줄에 걸리거나 멍석 밖으로 떨어지면 낙방으로 처리된다.

편을 나눌 때에는 연령대나 성씨 구별 없이 흑팀과 백팀 각각 20명씩이 모여 한 팀으로 구성한다. 이때는 윷말을 잘 놓는 머리 좋은 사람으로 편장을 뽑아서 논다. 편장이 윷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잘 운영하게 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이때 역시 건궁윷말로 스무동내기를 해서 3판 2승으로 승부를 가리며 이긴 팀은 노래와 춤으로 승리의 기쁨을 표현한다. 상품은 하회마을 보존회에서 지원해주는 휴지나 세제 등의 생필품이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