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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은 예로부터 ‘추로지향(鄒魯之鄕)으로 불릴 만큼 전통적인 사상과 학문, 예절이 발달했다. 특히 유교사상에 입각한 양반들이 많이 살고 있었기에 무엇보다 관혼상제(冠婚喪祭)로 대표되는 사례(四禮)가 발달하였다. 그 중에서 오늘날까지 지속되면서 가장 빈번하게 행해지는 것은 제례, 즉 제사이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 안동지역에는 무려 47분의 불천위가 있으며 오늘날에도 각 문중마다 보편적인 문중행사로 회전(會奠)이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회전은 가문의 시조 또는 파시조의 시향제(時享祭)를 정일로 정하여 많은 자손들이 함께 모여서 제사 드리는 것으로 각 문중에서 음력 10월에 행하는 묘제를 말한다. 다른 문중과 마찬가지로 풍산 류씨 문중에서도 시제를 지내는데 그 중에서 3년마다 행해지는 회전합사는 특징적이다.

1) 풍산 류씨 문중의 특징적인 시제, 회전합사

풍산 류씨 문중은 실전된 조상의 묘소를 찾아 3년에 한 번씩 제사를 지낸다. 입압 류중영과 그의 아들인 겸암 류운룡, 서애 류성룡은 양대에 걸쳐 선대에 잊어버린 묘와 그 내력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선조들의 산소가 실전된 이유는 조선이 건국되면서 태조 이성계가 전국의 봉산령(封山令)을 내려 백성들로 하여금 산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왕릉(王陵)을 제외한 모든 씨족의 무덤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오래도록 잊혀왔던 조상들의 산소를 찾기는 어려워 1세 절(節)부터 5세 난옥(蘭玉 都染署令)공 까지의 묘는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4세 백(伯 恩賜及第)공의 묘가 풍산읍 죽전리(속칭 대밭골)에 있었던 것을 확인하여 그 곳에 단(壇)을 쌓아 망제(望祭)를 올렸다. 또한 6~8세까지의 묘도 확인되어 해마다 시향제를 올렸다. 이렇게 찾은 단과 묘가 6곳에 있으므로 이를 육소(六所)라 한다. 이 제사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자(子)·묘(卯)·오(午)·유(酉)에 해당하는 해에 음력 10월 10일 오전 10시, 육소에서 제사가 동시에 행해진다. 제사에 참석하는 문중원들은 각자가 정성껏 마련한 제물을 담은 합을 가지고 자신이 배정받은 묘소에 간다. 준비한 합을 묘소 앞 상석과 그 아래에 나열한 다음 제사를 지낸다. 이를 ‘회전합사(會奠盒祀)’라 하며 합 자체를 진설한다 하여 합제사, 합사, 혹은 족회소에서 관리한다 하여 족회소 회전이라고도 한다.

2) 회전합사의 준비과정

회전합사의 준비는 풍산류씨문물보존회(이하 문물보존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문물보존회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육소의 제사를 주관할 헌관과 잔유사를 뽑는 일이다. 헌관과 잔유사는 겸암파와 서애파, 파산파에서 각기 2명씩 뽑는다. 회전합사를 지내기 보름 전에 헌관과 잔유사를 뽑고 육소에 제관을 배정하는 등 육소 행사를 원만히 하기 위한 회의를 가진다. 이 회의에는 문물보존회장과 부회장, 족회소의 유사 등이 참여하며, 이때 세 파에서 헌관과 잔유사를 추천한다. 추천받은 사람이 제사를 모시기에 결격사유가 없으면 헌관과 잔유사로 선출된다. 결격사유로는 부모와 형제 등 가까운 친지가 상을 당했을 경우나 심신이 편치 않아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제사를 모시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헌관이나 잔유사로 선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헌관과 잔유사는 대체로 모든 문중원들이 한번씩 돌아가면서 할 수 있도록 조절한다. 제관 배정에 있어서는 문중원의 거주지와 나이를 고려하여 배정한다. 육소가 안동에만 위치한 것이 아니기에 대체로 문중원의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묘소로 배정하고, 나이가 적은 문중원은 멀고 험한 묘소로, 나이가 많은 문중원은 비교적 가깝고 편한 묘소로 배정한다. 또한 문중원들로 하여금 한번 참여했던 묘소가 아닌 다른 조상의 묘소에 갈 수 있도록 조절하여 배정한다. 그 해 헌관으로 선출이 되면 망기, 즉 헌관으로 제사를 주관하게 되었다는 임명장을 받게 된다. 육소의 제사를 주관할 헌관으로 선출된 사람에게는 회전합사를 행하기 열흘 전에 문물보존회에서 집으로 사람을 보내어 망기를 전달한다. 또 문중원에게 자신이 배정된 묘소를 알릴 때는 하회마을에 살고 있는 문중원의 경우 직접 찾아가서 전해주고, 그 외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문중원에게는 우편이나 전 화로 통보한다.

한편 각 가정에서는 회전합사에 가져갈 합(盒)을 준비한다. 합은 음식을 담는 그릇을 말하는데 회전합사에 참여하는 문중원은 합에 조상에게 올릴 음식을 담아 가는 것이다. 제물 마련을 위해서 대개 안동이나 풍산으로 장을 보러 가며, 제물 장만에 필요한 재료는 가장 좋은 것으로 고른다. 합에 들어갈 제물을 만들 때는 몸을 정갈히 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만든다. 제물은 대개 배, 사과, 감, 귤, 밤, 대추, 땅콩, 은행, 약과, 국화꽃 부침개, 동태포, 산적 등이다. 합에 들어가는 제물은 대체로 비슷하나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합을 구성하는 제물의 가지 수에서 조금씩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부인들의 음식솜씨를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는 기회이기 때문에 합을 차리는데 있어 정성을 많이 기울인다.

회전합사가 행해지는 날인 음력 10월 10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다. 참여하는 문중원들 모두 몸을 정갈히 하고 전날 준비해둔 한복을 입는다. 그리고 회전합사 의례 때 입을 도포와 검은 베로 만든 망건을 준비한다. 아녀자들은 전날 정성스럽게 준비해두었던 제물을 합에 조심스레 담는다. 합에 음식을 담을 때는 모양이 예쁜 것으로 담고,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보기 좋게 담는다. 다음으로 음식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종이나 랩으로 덮어둔다. 그 후 누구의 합인지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적은 종이를 합 위에 올려놓고 보자기로 합을 싸서 묶는다. 이렇게 묘소에 갈 차비가 끝나면 집을 나선다.

3) 회전합사의 제의과정

문중원들은 각자 보자기로 곱게 싼 합을 하나씩 들고 자신이 배정 받은 묘소로 향한다. 합은 조상에게 바치는 제물이 담긴 것이기에 조심히 다루어야 하며, 예로부터 다른 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제사에 참여하는 제관이 직접 들고 간다. 묘소로 올라가는 길은 회전합사가 행해지기 며칠 전에 문중원들이 미리 풀을 제거하고 길가에 나무를 치는 등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정리해 둔다.

회전합사가 행해지기 전 제사를 주관할 헌관은 묘소를 먼저 둘러보고 잔유사는 제관명부를 보고 참석인원을 확인한다.

제사를 지내기 전에 문중원들은 준비해온 도포를 꺼내 입고 검은 베로 만든 유건을 쓴다. 그 다음 잔유사와 함께 문중원들이 가져온 합을 일렬로 나열하며 상석 위에는 2개의 술잔돠 수저를 올려둔다. 제주는 양진당에서 직접 만들어 보낸 것으로 육소에서는 이 술을 올린다.

10시 정각이 되면 제관들이 묘소 앞에 일렬로 나열하고 헌관의 주제로 회전합사가 시작된다. 일반적인 묘제의 절차는 가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진설 - 강신 - 참신 - 초헌 - 아헌 - 종헌 - 유식과 합문 - 사신 - 분축’의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회전합사의 경우 ‘단헌무축’의 방식으로 간결하게 진행되었다.

회전합사가 끝이 나면 진설된 합 중 다음날 대문회에 가져갈 가장 잘 만들어진 것을 2개를 선정한 다음 음복을 한다. 자신이 가지고 온 합은 다시 자신이 가져가기에 음복을 할 때에는 제사에 참석하지 않은 문중원의 합을 꺼내어 음복한다. 음복을 하기 전에는 절대 담배를 피우거나 옷을 벗어서는 안되는데 이는 조상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회전합사 의식은 음복을 마지막으로 해서 마무리가 된다.

4) 풍산 류씨 문중의 시제

족회소 회전 이외에도 파시조 별로 정일에 제물을 준비해 자손들이 시제를 올리는데 그 날짜는 다음과 같다.

* 12세 입암공(立巖公) 중영 : 09월 28일


* 12세 귀촌공(龜村公) 경심 : 09월 28일


* 12세 파산공(巴山公) 중엄 : 09월 28일


* 13세 문경공(文敬公) 운룡 : 09월 29일


* 13세 문충공(文忠公) 성룡 : 10월 01일


* 14세 수암공(修巖公) 진 : 10월 06일


시제를 지낼 때면 날짜에 맞추어 각 파별로 후손들이 모이며, 참여하는 후손들은 망건과 도포를 준비하는 등 옷차림을 정갈히 한다. 시제는 지낼 때는 먼저 산신제를 지낸다. 상석 위에 제물을 진설하는데 가운데에 도적, 좌병, 좌포우혜로 진설한다. 시제는 강신례 - 초헌례 - 아헌례 - 종헌례 - 유식례 - 진다례 순으로 진행된다. 시제가 끝이 나면 후손들이 모여 음복을 하고 회의를 가진다.

10월이면 각 문중에서는 후손들이 모여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풍산 류씨 문중에서 역시 시제를 행하는데 그 중에서도 3년마다 행해지는 회전합사는 매우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중원들의 숭조의식과 고취와 함께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