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주메뉴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한국국학진흥원

하회의모든것

민속과예술

민속놀이
소집단놀이
성인 놀이
천렵
만송정
만송정

천렵(川獵)은 더위를 피하거나 여가를 즐기기 위해 뜻이 맞는 사람끼리 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하루를 즐기는 놀이이다. 봄이나 가을에도 즐기지만 여름철에 주로 이루어진다.

하회마을의 빼어난 자연경관은 마을을 휘감아 도는 낙동강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변의 수려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널찍하게 자리한 강변의 모래사장과 함께 강 건너에 위치한 부용대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댐이 생기기 이전에는 꺽지며 잉어, 쏘가리, 은어 등의 귀한 물고기들이 서식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때문에 하회마을에서는 1970년대까지 매년 여름이면 물고기를 잡으며 노는 천렵놀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여름이 되면 강물이 불어나는 만큼 물고기도 많아진다. 또 물고기들은 더위를 피해 시원한 바위 틈새로 숨어들어 천렵을 즐기기에 제격이 된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낚시와 어항을 비롯해 독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회마을 사람들의 천렵 방법은 크게 낚시를 이용하는 방식과 물고기를 가두는 방식으로 나뉜다.

먼저 낚시를 이용하는 방식은 대낚시와 주낚시로 구분된다. 대낚시는 잉어나 메기처럼 깊은 곳에 서식하는 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낚시대는 길이 2~4m 정도의 생 대나무를 잘라 만든다. 하회마을 주변에서는 대나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므로 대나무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나무가 너무 굵으면 무겁기 때문에 낚시대로 사용하기에 불편하고 너무 가늘면 쉽게 휘어지거나 부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한 굵기의 대나무를 골라야 한다. 손잡이 부분의 굵기가 3cm 내외면 적당하다. 대나무를 잘라오면 먼저 낫이나 톱을 이용해 잔가지들을 쳐내야 하는데, 이때 몸통부분에 손상이 갈 경우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가지를 쳐낸 뒤에는 일주일 정도 그늘에 말려서 무게를 가볍게 해준다. 낚시줄은 명주실을 쓰거나 시중에서 파는 낚시줄을 사다 쓰기도 했다. 바늘은 당시에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대나무로 낚시대를 삼고 그 끝에 실을 묶은 뒤, 다시 실의 끝에 바늘을 묶으면 낚시대가 완성된다. 미끼는 잡고자 하는 어종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피리를 잡을 때에는 밥풀을 사용하지만 잉어 같은 큰 물고기를 잡을 때에는 지렁이를 끼운다. 지렁이는 마을 주변의 도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주낚시는 강 중간에 두 개의 막대기를 꽂고 그 위에 바늘이 묶여 있는 줄을 매달아두는 방법이다. 요즘에는 물살이 세서 주낚시를 설치하기 어렵지만 댐이 생기기 이전에는 홍수가 진 뒤에 쏘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주로 명주실을 사용했으며 바늘의 간격은 30-50cm 정도였다. 미끼는 지렁이나 거머리를 사용했다. 특히 거머리는 바늘에 꽂혀 있는 상태로도 오래 살아남기 때문에 주낚시의 미끼로는 제격이다. 저녁에 설치한 주낚시는 다음날 아침에 확인한다.

이밖에도 독풀이나 항아리, 불밝이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방식이 있다. 독풀을 사용하는 방법은 먼저 수심이 얕고 바위들이 많은 곳에 가서 모래로 벽을 만들어 물이 고이도록 만든다. 그리고 강가에서 서식하는 '역귀'를 뜯어다 바위에 놓고 찧으면 독성이 포함된 물이 나오는데, 이 독물을 받아서 물이 고인 곳에 풀어 놓으면 메기나 쏘가리 같은 물고기가 떠오르게 되어 잡는 방법이다.

항아리를 이용하는 방법은 요즘에 사용하는 어항과 같은 이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항아리 속에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인 된장을 넣고 입구를 천으로 덮은 뒤 작은 구멍을 뚫어 놓으면 물고기들이 항아리 안으로 들어왔다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잡히는 것이다. 항아리를 설치한 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는 게 보일 정도로 효과가 좋다. 주로 피리 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을 때 쓴다.

붉밝이는 주민들이 여럿 모여서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저녁 무렵이면 물고기들이 깊은 곳에서 나와 샛강으로 들어오는데, 이때를 노려 고기를 잡는 것이다. 먼저 샛강의 상류 쪽에 주민들 여럿이 서서 발을 치고 있으면 한 명이 횃불을 들고 샛강 상류 쪽으로 걸어올라간다. 이렇게 하면 물고기들이 불빛을 따라 샛강 쪽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나머지 주민들은 샛강의 하류에 발을 쳐서 물고기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횃불을 들고 있는 사람이 강의 위아래로 다니면 상류와 하류쪽을 막고 있는 사람들은 발의 위치를 조금씩 좁혀다가다 반도를 이용해 고기를 퍼올린다.

잡은 물고기는 주로 조림으로 먹지만 잉어나 메기는 매운탕으로 먹기도 한다. 하회에서는 물고기를 조려먹는다는 표현으로 "찌제 먹는다"고 한다. 물고기 조림을 만드는 방법은 냄비에 물고기를 깔아 놓고 그 위에 갖은 양념을 넣은 뒤 물고기를 덮을 정도 만큼의 물을 넣고 고기가 익을 때까지 조리면 된다.

천렵은 더위를 피하거나 여가를 즐기기 위해 행하는 놀이를 일컫는데, 하회마을에서는 1970년대까지 강가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으면서 더위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