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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신체

성주는 가정의 전반을 관장하는 신으로, 여러 가신(家神) 가운데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 어느 농촌마을을 찾더라도 성주를 구경하기 힘들다. 하회마을도 마찬가지이다. 몇 집에서 성주를 모시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큼 가신을 위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하회마을에서 볼 수 있는 성주 신체의 형태를 살펴보자.

충효당, 북촌댁과 같은 큰 고가에서 성주의 신체를 발견할 수 있다. 충효당 안채, 대청마루에 올라서서 기둥 위쪽을 쳐다보면 성주가 보인다. 양쪽에 못을 치고 한지를 접어 명주실을 두르고 있다. 신체의 색은 바래고 헤져서 충효당의 역사를 말해준다. 접혀진 신체 사이로 수숫대로 보이는 대가 보이는데 처음에는 수숫대를 넣어 직사각형을 유지하도록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체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충효당에서는 성주를 모시지는 않는다. 충효당 종손 내외는 결혼 후 오랜 세월동안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돌아왔다. 성주를 모시지 않지만 예부터 어른들이 모시던 것이기 때문에 신체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북촌댁도 충효당과 마찬가지이다. 북촌댁 성주 또한 안채, 대청마루에 집에서 가장 중심이 될 법한 기둥에 매달려있다. 그런데 북촌댁의 성주는 충효당과 다르게 직사각형으로 접은 한지가 겹겹이 쌓여 하나로 묶은 다음에 꼰 명주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것은 성주를 다시 모실 때마다 예전 신체를 버리지 않고 그 위에 덧대어 모신 것으로 보인다. 북촌댁에서도 성주를 모시지는 않지만, 돌아가신 어른들이 모셨던 것이기 때문에 신체를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이르실댁이 모시는 성주는 찾기가 쉽지 않다. 성주의 신체가 꼭꼭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르실댁의 집은 一자형으로 대청마루가 따로 없고 방 앞으로 쪽마루가 나있다. 부엌과 중간방의 모서리 위로 구멍이 보이는데 그 구멍 속으로 성주의 신체가 보인다. 성주신체 아래로 천정을 덧붙이면서 성주만 보이도록 구멍을 내놓은 것이다. 한지를 직사각형으로 접어 명주실을 감았고 아래에는 수술 같은 직사각형이 잘게 잘려져 있다. 오랜 시간 모셔온 신체인지 한지의 색은 심하게 바래있다.

별실댁의 성주는 안채, 대청마루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대들보에 모셔져 있다. 한지를 직사각형으로 접어 양 쪽에 갈대를 실로 휘어감아 대었다. 양 쪽의 갈대는 직사각형 몸체 위로 삐죽 솟아있으며 아랫단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수술처럼 잘라놓았는데 가운데에는 세모난 문양이 나있다. 별실댁은 남편이 세상을 뜨기 전까지 성주를 모셨고 앞으로 장남이 혼인하면 다시 성주를 모실 것이라고 한다. 성주에 대한 믿음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별실댁의 성주의 신체는 다른 가정의 신체에 비해 깨끗한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오늘날 하회마을에서 가신을 모시는 집은 매우 드물다. 성주의 신체가 남아있는 가정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하나, 가정에 신체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웃어른이 모시던 것을 그대로 남겨두되 의례적인 행위는 행하지 않는 경우이다. 둘, 특정한 성주신체가 없지만 위하는 경우이다. 이것을 '건궁성주'라고 하는데, 특정한 신체를 갖추지 않았지만 성주를 모신다고 생각하고 의례를 행하는 것이다. 셋, 형태를 갖춘 신체가 있으면서 성주에 대한 의례를 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성주운이 있을 때 성주굿을 하고 매년 추수 후 고사를 지내거나 동짓날과 정월 대보름에 고사를 올리기도 한다.

성주신체는 대부분 한지를 직사각형으로 접고 명주실을 감았다. 때로는 갈대를 양쪽에 대기도 하며 아랫단에 일정한 간격으로 오려 수술을 만들기도 한다. 또 성주를 새로 모실 때에 이전의 신체를 떼고 새로운 신체를 만들어 붙이는가 하면, 옛 성주 위에 새로운 성주를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