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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인가
우미인가

우미인(虞美人)은 우희(虞姬)라고도 부른다. 진나라 말기 항우가 한나라 고조의 군사에게 해하(垓下)에서 포위되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막다른 상황에 다다르자, 최후의 주연을 베풀었다. 이때 시름에 찬 항우에게 ‘대왕의 의기가 다하였으니 천첩이 어찌 살기를 바라겠읍니까’라고 답하고는 자진(自盡)하였다고 한다. 후대 송나라 증공(曾鞏)은 ‘우미인의 피가 변하여 우미인초(虞美人草: 개양귀비)가 되었다’는 시를 남겼다.



천하사향 강남국에 산도좋고 물도좋다 아화여영 생장처요


무산선녀 놀던곳에 만고절색 고운여자 우미인이 새로났나


우공자의 따님이요 초패왕의 부인이라 미인얼굴 고을시고


미인얼굴 비상하다 당청으로 그렸는듯 백옥으로 깎았는듯


추강산에 반달이냐 십오십육 고운때에 보는사람 혼을잃고


춘삼월 돌아오면 향내를 탐하여서 봉접이 찾아오며


초당수간 그믐밤에 등불을 아니켜고 서기하여 명광하며


천수가 무심찮아 이런미인 내였으니 망고영웅 배필되어


초패왕을 만났고나 녹수에 원앙이요 오작교에 우녀로다


즐기는 그모양은 어찌다 기록할꼬 장할시고 우리대왕


역발산에 기게세라 용천검 비끼틀고 오추마 걷는말을


해빛에 높이타고 음아질탕 한번소리 어느사람 안돼하리


장감등도 장한군사 한번싸워 패진하고 유정장의 백만왜병


수수상에 패했으나 의사많은 변증이는 유악중의 무사되고


칼잘쓰는 항장이는 선봉장이 되었어라 흥산관계 여기라도


활촉끝에 끼여들고 오추마 걷는말을 햇빛에 높이타고


중원천자 되려하니 선입관중 하올적에 꽃같은 우미인을


연에담아 실어보니 주순호치 고운얼굴 오색태도 꾸며내어


부귀영화 좋은팔자 미인어찌 되었던고 사람마다 부러하며


천상선녀 완연하다 홍문연 큰잔치에 대왕따라 함께노세


명우에 일지도화 춘홍을 머금은듯 웅간명월 솟았는듯


이상하고 이상함이 기묘하고 기묘하다 풍진무적 우리대왕


천하영웅 우리대황 사랑도 그지없고 재미도 측량없네


곳곳이 좋은일과 나날이 인성으로 팔년풍진 다지나도


한번실수 없었으니 오늘밤 해하성에 왠일이오 왠일이오


하느님도 야속하고 악착하오 악착하오 애고애고 내일이야


유정장의 장한군사 첩첩중중 애워싸니 맹호같은 우리대왕


함중에 두단말가 구리산 깊은밤에 수심으로 누웠으니


춘풍은 소소하고 월색은 창창한데 계명산 높은곳에


옥통소 한소리에 팔천제상 흩어지니 초가성 슬픈노래


대왕님이 들어시고 자던잠을 놀라깨어 팔청장검 손에들고


옥창밖에 비켜서니 사면을 둘러보니 유정장의 장한군사


기치장검 걸었는데 강동에 우리장수 추풍낙엽 떨어지니


대왕님도 할일없어 장막안에 들어서서 한숨지고 하는 말이


우미인아 우미인아 어이할꼬 어이할꼬 너를처음 얻을적에


백년동어 하다가서 생전에 남은정을 사후에 무잤더니


천운이 이리되니 서로이게 할일인가 이별일사 서린사정


입밖에 어이낼꼬 차마어찌 흩어질꼬 비수검 빼어내어


목을서로 찌르기로 헛치기약 못하겠네 천지가 참담하고


심신이 산란하다 술이나 먹어보세 우미인의 거동보소


이말듣고 정신없이 원앙침 밀트리고 대왕을 후려잡고


낙루하여 하는말이 걱정을 하지마소 생사를 같이한들


무슨한 또있으랴 대왕님의 덕택으로 팔년을 호강하고


이목슴 소원대로 아니한것 없아오나 이별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원통하기 측량없고 오추마 가는말을


채한번만 탁치시면 연약한 나의몸이 어이같이 가단말고


가련하다 나의신세 불쌍하다 나의정열 뉘가있어 풀어줄꼬


고고히 맻힌마음 절절히 남은정열 태산이 낮이있고


하해가 깊을소냐 촉하에 비겨앉아 백옥같은 두귀밑에


수정같은 눈물일세 섬섬옥수 고운손결 백옥잔에 술을부어


대왕전에 올리면서 눈물짖고 하는말이 잡으시오 잡으시오


하직주로 잡으시오 사랑주로 잡으시오 인정으로 드리시요


술잔이 작다해도 마음으로 의논하면 만냥중이 더되옵고


재미로 말을하면 화촉동방 이아닌가 철석같은 간장이나


색끼상 어이할꼬 천하장사 대왕님이 나를위해 낙루하니


좌우편 앉은재상 어느사람 아니우리 비온듯이 우는누수


용포소매 다적신다 어여뿌다 우미인아 너를어이 하잔말가


좋도좋은 우리대왕 오늘밤 다늙는다 우미인아 술을부소


막죽한번 먹어보세 우미인아 노래하고 영결로 들어보세


춤을한번 추어보소 막죽한번 구경하세 죽어지면 허사로다


우미인아 손을잡고 대왕은 낯을대고 비에강계 처량하다


그노래 다한후에 사임모차 하였으니 전도가 급급하다


오추마를 올라타고 음농땅 미실노에 우미인은 어이하랴


원촌에 닭이울고 장막안에 서리찬다 야색은 처량하고


물소리는 슬푸도다 우미인을 돌아보며 무사하라 잘있거라


후생에 다시만나 오늘날 남은소회 자세히 하여보세


죽으면 이별이라 이제보면 언제볼꼬 이세상은 그만이라


꿈같은 우리정념 죽은들 잊겠느냐 우미인 거동보소


비단치마 후려처서 우는낯을 가리우고 슬피울며 하는말이


어이할꼬 이내몸이 까막까치 화했으면 만공중에 높이솟아


대왕뒤를 따라가지 구름이 하회되면 만리풍 휘여타고


대왕을 옹위하지 또다시 원하나니 팔척장검 하회되여


대왕차신 칼집속에 밤낫없이 함께있어 속절없고 할일없다


대왕님아 날살리고 대왕님은 천자피고 내몸은 황후되어


구중궁궐 좋은집에 태평성세 하잤더니 오늘밤 해하성에


이게참말 왠말이요 소상강 연꽃피고 동정호 밝거든


대왕함께 배를타고 선유하자 하였더니 이지경이 되단말가


구름같은 딴머리에 금봉채 꽃은뜻은 황금같이 굳은언약


님과함께 노잤더니 이별이 왠일이며 원앙침 비취금도


내죽으면 무었하랴 오늘이 정명이라 대왕전에 죽자한들


날버리고 가는심장 나에서 더못하며 팔척장점 드는칼로


나의목을 끊어주소 대왕님 하는말이 우지마라 우미인아


설워마라 우미인아 내울음 한곡조에 나의간장 다녹는다


네얼굴 저러하니 어느사람 안취하리 유정장도 사람이라


네얼굴 한번보면 탐화봉첩 아니될까 부디부디 그리가서


부귀영화 할것이니 신정이 좋더라도 구정을랑 잊지마라


우미인이 하는말이 그게차마 무슨말가 팔년동락 하였으나


내마음을 모르시요 열녀불경 이부함은 고서에도 일렀는데


한몸으로 두가장을 내가어찌 섬길손가 대왕님이 이리되니


사람괄세 그리마오 나의몸 없은후에 내생각 부디말고


강동으로 돌아가서 부로들 위로하고 천리지방 임군되야


태평안락 지나시요 팔년을 덕을입어 재미에 지극하니


죽사온들 잊으리요 유정상께 가란말은 나의속 보잔말가


목전에 죽어져야 그마음 없을께니 죽는줄로 아뢰리라


천고절개 이내몸이 대왕이 말을타고 강동으로 향하시니


내비록 여자라도 하늘이 내신배라 육신은 갈수없고


혼백인들 따르리라 비수검 빼어들고 춤추며 탄식하고


칼을물고 엎어지니 일월이 무광한줄 거록하고 장할시고


천추만에 유전하니 사람마다 본을받고 불쌍히나 생각하소


조선시대 양반 집안의 부녀자들 사이에 유행한 가사(歌辭)는 출가하는 딸에게 예절과 행동거지를 등을 가르친 계녀가(誡女歌), 시집간 여인이 친정 부모를 그리워하며 읊은 봉친가(奉親歌), 시절과 풍경을 노래한 시절가(時節歌) 등이 주를 이룬다. 우미인가(虞美人歌)는 주로 영남의 규방에서 전승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항후가 마지막 주연을 베풀면서 느끼는 망국의 한과 우미인에 대한 애절함, 그리고 우미인의 항우에 대한 절개를 그리고 있다. 이 가사는 류성하(남, 87세)씨가 부인 고복순(여, 88세, 옛골댁)을 위해 베껴서 만든 가사집에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