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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16경
「하회16경」 시는 유원지의 『졸재집(拙齋集)』, 권덕수의 『포헌선생문집(逋軒先生文集)』, 이외에도 이복의 『양계선생문집(陽溪先生文集)』, 권구의 『병곡선생문집(屛谷先生文集)』(제목이 「하상16경(河上十六景)」으로 되어 있다.)에 실려있다. 하회마을의 아름다운 절경을 시로 지어 칭송하고 있는데, 조선시대 안동의 유명한 경승지였음을 알 수 있다.
제1경, 평사하안(平沙下雁).
평사하안은 만송정 앞 모래톱에 내려앉은 기러기로,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 가운데 평사낙안(平沙落雁)과 비슷한 가을 풍경이다.
끼룩끼룩 달빛 속을 울며 가더니 / 嗈嗈月中響
점점이 강 위에 그림자 드리우네 / 點點江上影
모래 벌은 눈처럼 하얗게 빛나는데 / 平沙自如雪
고요히 모였다가 놀라서 날아오르네 / 靜集時聞警
제2경, 수림낙하(水林落霞).
수림산에 비낀 노을. 수림산은 겸암정사 서쪽의 얕은 산을 말한다.
저녁 노을이 하늘 끝을 물들이니 / 晩霞落天末
한 조각 한 조각 모두가 먹음직하네 / 片片皆可餐
여광(餘光)이 어렴풋이 정사(精舍) 안을 비춰드니 / 餘光爛昭回
겸암정(謙庵亭) 누각이 자주 빛으로 빛나는구나 / 樓臺金紫煥
제3경, 도구횡주(渡口橫舟).
옥연정(玉淵亭)으로 건너가는 나루에 매어 놓은 배로 도두횡주(渡頭橫舟)라고도 한다.
저기 옥연정으로 둥둥 떠서 건너던 배 / 汎彼玉淵舟
지금까지 건네 준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 從來濟幾人
이제는 물이 얕아져서 더 이상 소용없으니 / 水淺無用汝
부질없이 옛 나루터에 빗겨 매어있네 / 虛橫依古津
제4경, 남포홍교(南浦虹橋).
충효당(忠孝堂) 앞의 제방에서 강 건너 마을로 가기 위하여 소나무를 베어서 가설한 다리로 주로 가을과 겨울에 이용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소나무의 색깔이 붉은색·푸른색·갈색으로 변하여 마치 긴 무지개가 강을 가로질러 걸린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남포장교(南浦長橋)라고도 한다.
충효당 앞으로 뻗어나간 길 / 忠孝堂前路
기복 없이 남포교와 연결 되었네 / 平連南浦橋
해 주물어 건너다니는 사람 없으니 / 日暮人過盡
숫 무지개 강 허리를 가로 지르네 / 雄虹截江腰
제5경, 산봉숙운(蒜峯宿雲).
마늘봉에 서려 있는 구름. 마늘봉은 강 건너 남쪽에 있는 높은 봉우리인데 생긴 모양이 마늘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뒤에 마늘봉과 비슷한 한자음으로 이름을 바꾸어 만은봉(晩隱峰)이라 고쳐 불렀다.
외로운 봉우리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으니 / 孤峯去天近
흰 구름이 날아와 밤새 머물고 있네 / 白雲來宿之
우뚝한 봉우리가 솜 모자를 쓴 것 같으니 / 亭亭披絮帽
아침마다 한 번씩 기이한 경관을 보이네 / 朝朝添一奇
제6경, 화산용월(花山湧月).
화산에 떠오르는 달.
서실의 창문 열고 흰 달을 기다리는데 / 開軒侯素俄
동쪽 봉우리가 막혀 먼 곳은 보이지 않네 / 東岑碍遠目
은빛 쟁반이 화산 정상에 떠오른 때가 되면 / 銀盤當頂湧
순식간에 인간 세상의 어둠은 사라지겠지 / 忽破人間黑
제7경, 원지영우(遠志靈雨).
원지산에 내리는 신령스러운 가랑비. 원지산 정상에는 원지(遠志)라는 풀이 나는데 뿌리를 약재로 쓴다고 하는데 봄이 되면 영지산을 둘러싸고 내리는 안개비 때문에 잘 자란다고 한다.
남쪽에 작은 풀이 나는 봉우리 있는데 / 南有小草峯
봉우리 위에는 가랑비가 자욱이 내리네 / 峯頭零雨濛
밤낮으로 번성하는 귀한 원지싹 / 日夜滋瓊苗
우리 동방을 이롭게 할 약으로 쓰인다네 / 醫藥利吾東
제8경, 수봉상풍(秀峯霜楓).
수봉의 서리 맞은 단풍. 수봉은 강 건너 남산의 벼랑인데, 담쟁이 등이 얽혀 단풍이 들면 아름답다.
갖가지 경치로 봄가을을 밝힌 남산 / 萬景明春夏
가을이 오니 쓸쓸한 풍경으로 변할까 걱정했네 / 秋來畏蕭索
하늘은 단풍이 끝물로 접어들 때 쯤 / 天敎楓殿後
붉은 비단으로 낭떠러지를 층층이 감싸주네 / 丹錦裹層崿
제9경, 도잔행인(道棧行人).
잔도를 지나는 행인. 잔도는 강 건너 서쪽 비탈에 몇 마장 길이로 벼랑에 걸쳐 놓은 길로 돌이나 나무로 만든다.
강을 따라서 돌로 만든 잔도를 놓으니 / 逐江開石棧
오르락내리락 한 줄기 길 선명하네 / 高低明一線
행인들이 짐을 지고 잔도를 지나는 모습 / 行人擔負過
드문드문 흩어져서 산 그림자를 돌아가네 / 離離山影轉
제10경, 적벽호가(赤壁浩歌).
부용대 위에서 호탕하게 부르는 노랫소리.
강가에 푸른 절벽 천 길이나 깎아질렀는데 / 蒼壁臨千仞
우렁찬 노래 한 곡조 널리 울려 퍼지네 / 一曲發浩唱
바람 따라 사라져 가는 은은한 노랫가락 / 餘響隨風去
텅 빈 허공에는 하늘과 강만 아득하구나 / 㵳泬江天曠
제11경, 강촌어화(江村漁火).
강마을의 고기잡이 불빛.
달은 지고 강변은 어둑어둑한데 / 月落洲渚黑
쇠농에 담은 모닥불이 줄지어 반짝이네 / 篝燈燦成列
반딧불 날 듯 잠깐 사이 어지러워지기도 하고 / 隨螢乍凌亂
별빛과 짝하며 갑작스레 명멸(明滅)하기도 하네 / 伴星忽明滅
제12경, 송림제설(松林霽雪).
눈 개인 뒤의 만송정 소나무 숲.
강마을에 밤새도록 눈이 내리니 / 江村一夜雪
모래톱 소나무 위에 하얗게 눈이 쌓였네 / 皚皚壓松洲
군자 같은 소나무 오천 그루가 / 君子五千人
추운 세 밑에 머리가 온통 하얗게 세었구나 / 歲寒白渾頭
제13경, 반기수조(盤磯垂釣).
강가 너럭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 너럭바위는 형제바위 아래쪽에 있다.
누구인가? 낚시하는 저 늙은이 / 何許垂釣翁
땅거미 질 때까지 낚싯대 드리우고 있네 / 夕陽斜一芋
누가 알겠는가? 스스로 터득한 취미 / 誰知自得趣
남이 보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네 / 勝似別人看
제14경, 율원취연(栗園炊烟).
강 건너 밤나무 동산에 있는 마을에서 피어오르는 저녁밥 짓는 연기.
집집마다 흰 연기 피어오르다가 / 家家生白烟
한데 합쳐지면 방향도 종잡을 수 없네 / 合時無西東
수묵화를 그린 커다란 병풍 한 폭을 / 依然水墨障
율원의 허공 위에 내 걸어 놓을 것 같네 / 掛在粟園中
제15경, 마암노도(馬巖怒濤).
부용대 앞 갈모바위에 부딪치는 성난 물결, 강물이 불으면 물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한데 뒤에 장천암(障川巖)으로 이름을 고쳤다.
강 한가운데 말처럼 생긴 너럭바위 / 江心石如馬
불어난 강물이 부딪쳐 세차게 소용돌이 치네 / 水到增盪擊
우레 처럼 울리는 소리 수레 만대가 달리는 듯 / 雷掀轉萬穀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 백 척이나 치솟는구나 / 銀屋湧百尺
제16경, 입암청창(立巖晴漲).
맑은 날 겸암정 앞 강물 속에 서 있는 형제바위.
상류의 어느 군(郡)에 많은 비가 내렸는가? / 不知何郡雨
푸른 파도가 잠깐 사이에 아득히 펼쳐졌네 / 滄波俄渺漫
넓은 강물 사이에 바르고 당당한 모습 / 正當江闊處
입암(立巖)이 우뚝 솟아 장관(壯觀)을 드러내네 / 立巖表壯觀
이 시는 하회마을이 번창했던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변해 옛날의 그 아름다움을 상실해 가고 있다. 만송정 모래톱은 세월이 흐르면서 줄어 들었고, 소나무도 그 수가 적다. 세월의 흐름에 풍류를 즐기던 선비도 사라지고, 경관도 선비들을 따라 사라져 가고 있다.










